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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수

옛어른들 말씀에 "아홉 수"를 잘 넘겨야한다더니만... 재난의 아홉 수 지불한 병원비도 그렇고 아직 통원 치료 받으러 다니는 자매님을 봐도 그렇고 맘편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허리아픔도 많이 좋아졌고 불안한 마음도 좀 진정이 되기는 했으나 무기력하고 냅다 가라앉은 마음은 여전.. 양재천의 낙엽들도 끝나갈 모양이고, 자매님이 준 호박고구마를 굽고 찌고 하여 냉동실에 넣는다. 겨울에 한개씩 꺼내 커피와 함께 먹으리라 생각하니 우울한중에도 쬐끔 기쁘다.. 서예수업도 막바지고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작품전시회도 한다고, 올 하반기 부터 시작한 행서체로 써보려한다. 행서체가 의외로 맘에 든다.선생님께서 행서가 서예의 꽃이라고 하신 말씀이 으음~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감사합니다. 김사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2.11.17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

카테고리 없음 2022.11.15

용서(상처의 치유)

치유는 개인이든 국가든 상처 입은 것을 용서할 때 일어난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로마 7,19) 기억의 치유를 집필한 후 10년 동안 우리는 세계 40개국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바오로 성인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들었다. 변화를 원하지만 변화되지 않는 자신의 행동, 분노, 예를 들면 과식, 음주, 흡연, 마약, 성적 강박 행동, 거부당하는 느낌, 부정적인 자아상, 우울증, 감정의 기복, 모험을 가로막는 뿌리 깊은 두려움, 또는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같은 유형의 죄들에 관하여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가 부모들에게 상처를 입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자녀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상처를 입힘으로써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였다...

카테고리 없음 202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