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어느 아마추어 야구 감독에게 오늘 경기 선발 투수가 어떤 선수인지 소개를 부탁한 적이 있다. 그때 잠시 투수 쪽을 쳐다본 뒤 그가 한 대답은 이랬다. “오늘 경기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할지도 모르는 투수.”
물론 그 투수는 그날 경기에서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의 말이 뜻하는 바는 분명했다. 모든 선발 투수는 경기 시작 전까지는 잠재적인 대기록의 주인공이라는 얘기다. 퍼펙트게임 가능성을 안고 경기를 시작해 볼넷을 내주면 노히트게임으로, 안타를 맞으면 완봉승으로, 점수를 내주면 완투승으로, 완투하지 못하면 승리 투수를 목표로. 선발 투수는 그렇게 완벽에서 시작해 불완전을 향해 조금씩 기대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를 운영해 나간다.
이번 글에서는 야구계에서 점점 수마트라오랑우탄 같이 희귀한 존재가 되어 가는 완투와 완봉, 그리고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처럼 아무리 기다려도 올 생각을 하지 않는 노히터와 퍼펙트게임 등 투수 관련 대기록에 대해 살펴볼 참이다.
국내 야구 기사에서 ‘퀄리티스타트(quality start,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9년이다. 당시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소속 박찬호 관련 기사에 이따금 등장하던 이 용어는 이후 국내 프로야구 기사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 갔다. 그 결과 이제는 언론 매체와 야구팬 사이에서 선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로 애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5년 스포츠라이터인 존 로가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식 기록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퀄리티스타트라는 용어가 국내에 소개된 시기와 프로야구에서 투수들의 완투가 급격히 줄어든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1996년 119차례였던 프로야구 전체 완투 숫자는 1997년 들어 사상 처음 두 자리 수(76회)로 떨어졌다. 그 대신 그 해 세이브 수는 290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9년에는 경기 수의 증가(133경기)에도 불구하고 리그 전체 완투가 57까지 줄어들었다.
이듬해인 2000년부터는 중간 계투에 주어지는 기록인 홀드가 집계되기 시작했다. 이는 마운드의 무게중심이 선발에서 불펜으로 옮겨가고 있었다는 근거다. 그와 함께 경기당 투입되는 투수의 숫자도 프로 원년의 2명 수준에서 1990년대 3명을 거쳐 지난해에는 4.28명을 쏟아 붓는 수준에 이르렀다. |
1945년 광복 이후 한국야구 최초의 에이스, 김양중 백구회 회장의 투구 모습. 김 회장은 1958년 10월 21일 내한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구원 등판해서 9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 하는 역투를 펼쳤다. 특히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자 스탠 뮤지얼을 삼진으로 돌려 세운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사진: 김양중 제공> |
|
“처음부터 완투하거나, 제1회에 무사 무실점인 때에 교체 등판하여 무실점인 상태로 경기를 종료한 투수에게 셧아웃(완봉승)을 기록한다.”
|
뉴욕 메츠 좌완 요한 산타나. 산타나는 미네소타 시절 메츠를 상대로 9이닝 동안 삼진이 하나도 없는 독특한(?) 형태의 완봉승을 달성한 바 있다. <사진: 케이채 kaychae.com> |
|
프로야구 1호 노히터의 주인공인 방수원. 현재는 광주 지역에서 리틀야구 지도자로 야구 꿈나무를 양성하고 있다. 그는 당시 경험에 대해 "대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정신 없이 던지다 보니 가능했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사진: 손윤> |
|
일본프로야구 1호 퍼펙트게임의 기록지. 주인공은 한국계인 후지모토 히데오(한국명 이필용)였다. 1918년 부산 출생인 후지모토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이던 1950년 6월 28일 니시니혼 파이러츠를 상대로 9이닝 동안 단 27명의 타자만을 상대하며 대기록을 수립했다. <사진: 안준철> |
|
'궁시렁거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우익..... (0) | 2011.05.25 |
---|---|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0) | 2011.05.20 |
야구 투수... (0) | 2011.05.19 |
오쿠다 히데오의 도쿄 스무살과 공중 그네 (0) | 2011.05.18 |
항우와 유방 3권 (0) | 2011.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