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거리기...^^

[스크랩] 밀항자들

또하심 2009. 11. 20. 15:10
안녕하세요? 봄 이군요.
요즘 인기있는 텔레비젼 드라마 올인에서 밀항장면을 보고 우스운 추억거리가 생각났습니다.
옛날 삼십년도 훨씬전이니 정말이지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군요.
당시 전 외항선박이 항해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납품 선적해주는 회사에 막 입사해서 모든게 생소했습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이 삼년씩 바다를 항해하므로 선적하는 물건들이 그야말로 오만(?)가지였습니다. 콩나물 고추가루에서부터 거대한 와이어로프까지... 그모든 물건들은 일일이 목록을 작성해서 세관에 검사를 받아야 선적합니다.
거친바다를 항해하며 성에 단절된 생활을 하는 남성들이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음식투정들이 만만치 않다합니다.
자연히 우리회사 주고객은 배의 주방장들이에요.
허구헌날 응접소파에서 고추가루가 맵지 않다느니 돼지고기에 기름이 너무 많다느니... 그것도 남자분들이, 어느땐 목소리 높여 싸움까지도..
결혼전이던 저는 너무도 이상하고 우스웠습니다. 그런것들이 사소하면서도 얼마나 중요한지를 몰랐지요. 참 그때 지금 미국에서 골프로 유명한 김 미현의 아버지도 같이 근무했어요 막 신혼이었던것같고 자그만 키에 미남이며 얌전했습니다. 암튼
하루는 응접셋트에서 손님인 두분의 주방장들이 걱정스럽게 얘기해요.
"돼지" 두마리를 싣고 일본에 갔는데 부리지를 못하고 도로 싣고왔는데 지금 인천세관에 붙잡혀 있다며 큰일 났어 하며 걱정 걱정을 하는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상도 해라(제 생각!) 아니 돼지고기도 많이 선적하며 더구나 그게 좋으네 않좋으네하며 불평들을 하면서, 힘있는 남자들이 있는 도끼자루로 때려 잡으면 될텐데, 하며 도무지 이해를 할수 없었어요.
혹 배에선 산 돼지들을 죽이지 못하게 하나보다. 왜냐면 거친 바다를 항해하므로 몇가지의 금기 사항들이 있다거든요. 궁금한 나머지 남자직원들에게 왜 잡아먹지 않느냐, 그것도 금기사항인가?고 물었습니다.
처음엔 모두 깜짝 놀란듯이 날 쳐다보더니 곧 그야말로 배꼽이 빠져라 웃어대는거에요. 아 미스 정이 그돼지를 그 돼진줄 알고있구나 하며..
알고봤더니 글쎄 그돼지는 꿀꿀돼지가 아니고 밀항자를 뜻하는 은어 였던거에요. 몰래 돈받고 밀입국 시키는...
사정을 알고나자 어찌나 멋적던지 웃을수도 없고,
당시만도 우리나라사람들이 많이 일본으로 그렇게들 밀항을 많이 했어요.
지금 중국동포들이 우리나라에 밀입국하듯이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출처 : 은빛 사랑방
글쓴이 : 부석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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