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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하나님

또하심 2009. 3. 21. 11:29

1. '하느님'과 '하나님'의 유래:

어느 민족이나 문화권에도 창조주를 가리키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경우에는 그 창조주가 '하늘'에 존재한다고 보았고, 그래서 '하늘의 신'이라는 뜻을 가진 말인 ‘하+ㄴ+아래아(.)+님’이 쓰였습니다. 이것은 '하+ㄴ+아래아(.)+ㄹ(현대 국어로 '하늘')#님’이 결합되면서 'ㄹ'이 떨어진 말입니다. 그러던 것이 ‘아래아(.)’의 소멸과 변화로 인해 ‘하느님’ 또는 ‘하나님’이 되었습니다. 즉 '하나님'과 '하느님'은 모양만 약간 다른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공부하다'와 '공부허다'가 입말에서 같은 말인 것과 동일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하느님'과 '하나님'의 분포:

그렇지만 실제로는 '하느님'이 '하나님'보다 더 많이 쓰였던 것 같습니다. 즉 우리말에서 종교에 구애받지 않을 때는 '하느님'을 더 많이 사용하여 창조주를 지칭했었고, 상대적으로 덜 쓰인 '하나님'은 기독교 신교에서 유일신을 뜻하는 말로 사용해왔습니다. 기독교 구교에서는 전통적인 우리말 중 다수형인 '하느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3. '하늘님'에 대하여:

경선호 선생님께서는 종교적 갈등의 소지가 있는 용어인 '하느님'과 '하나님'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좋은 취지로써 '하늘님'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국립국어원에 제안하신 점은 매우 고맙습니다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하늘님'이 '하늘'을 의인화해서 '님'을 붙이는 경우와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국립국어원이 국가기관이지만 종교계의 용어에 대한 지시나 간섭을 하는 것은 부당하게 비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종교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종교간 용어의 통일은 종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보이며, 필요한 때에 국가에서 중재할 수는 있지만 국가가 강제적으로 주도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4. 영어에서는 유일신을 가리키는 용어가 한 가지인데 국어는 두 가지 이상인 것은 언어학적으로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동의어 현상은 어느 언어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