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스크랩] 아테네 학당(라파엘로)

또하심 2006. 11. 22. 11:07

 

 

<아테네 학당>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세계를 시사한 작품으로, 교황 율리우스 2세가 자신의 서명실을 꾸미기 위해 주문한 것이다. 그 서명실 벽면은 철학, 신학, 시학, 법학의 4개 주제로 구성된 벽화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 중 철학을 표현한 그림으로, 인간의 학문, 이성과 논리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말로 르네상스가 지향하는 고대로의 복귀, 그리스 정신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르네상스 정신의 핵심을 묘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라파엘로는 25세였다. 이 때 라파엘로는 대형 프레스코를 제작한 경험이 없는 무명 예술가였는데, 이 그림이 그려지던 바로 그 시기 옆방에서는 교황이 의뢰했던 또 하나의 거대한 작업, 즉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가 그려지고 있었음은 단순한 우연이라고만 할 수 있는가?

 르네상스 사상 담긴 미술사의 걸작 <아테네 학당>

 

  이 작품 중앙의 건축 이미지가 우선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데 반원통형 볼드가 있고 아치와 도리아식 기둥이 연속되어 있는 것이 베드로 성당의 구도를 연상시킨다. 완벽한 원근법과 함께 돋보이는 조화와 웅장함이 인간적 가치보다는 초인간적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전성기 르네상스의 예술정신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림 속 아테네 학당에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많은 학자들이 시공을 초월해서 한 공간에 모여 있다. 이는 학문과 인물에 있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동시에 위대한 학자들에 대한 라파엘로의 존경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건물의 양 벽면에는 커다란 조각상이 있다. 왼쪽의 수금을 들고 있는 신이 태양과 이성의 신 아폴론이며, 오른편의 창과 메두사의 방패를 든 여신이 지혜의 여신 아테나로 모두 이성과 학문의 전당을 수호하는 정신적 지주들이다.

 

 

 

그리고 건물의 중앙 복도를 걸어 나오는 두 사람이 있는데, 왼쪽의 팔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이데아,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완전한 절대의 세계를 주창한 플라톤이고, 오른쪽의 팔을 뻗쳐 정면을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그와 달리 현실과 경험의 세계를 중시한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이 두 인물이 이 학당의 정신적 지주인 것이다. 이들은 각자 손에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는데, 플라톤은 《티마이오스》를,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모델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로, 이들에 대한 라파엘로의 무한한 존경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는 강의를 하거나 집필을 하거나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선 플라톤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시선을 이동하다 보면 청록색 옷을 입고 두 손을 꼬아가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현인이 있는데, 이 사람이 바로 소크라테스(BC 469~339)이며, 그 앞에서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는 투구와 갑옷의 전사가 바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BC 356~323)이다. 소크라테스의 포즈는 의문을 가지고 끝까지 분석해 가는 것이 이성의 힘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테네의 지성과 철학적 성취 한눈에

 

  그리고 그 아래로 내려오면서 이 그림의 가장 왼쪽 건물의 기둥머리에 포도 잎의 면류관을 쓰고 책을 기술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행복이란 정신적 쾌락의 추구”라 정의를 내린 에피쿠로스(BC 342~271)이다. 그리고 그 오른쪽 아래에 앉아 커다란 책을 들고 무엇인가를 쓰면서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기하학자인 피타고라스(BC 582~497)이다. 그의 주위에서 설명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는 사람과 등 너머로 명쾌한 해설에 감탄을 보내는 사람들이 배움과 깨우침의 희열을 보이고 있다.

 

 


  피타고라스 오른 편으로 조그마한 탁자에 팔을 괸 채 깊은 사색 속에서 저술을 하는 인물이?‘만물은 유전한다’로 설파한 헤라클레이토스(BC 540~480)로, 역시 미켈란젤로가 모델이 되었다. 피타고라스와 헤라클레이토스 사이의 노란색과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이 엘레아 학파의 파르메니데스(BC 515~415)이다.

 

 

 

 

  위 이미지는 아테네 학당의 좌측 하단에 위치한 하얀 수도복을 입은 여자를 확대한 모습입니다. 확실히 여자처럼 보이지요? 실제로도 여자랍니다. 그림속에 그려진 그녀는 바로 알렉산드리아의 히파티아라는 사람입니다. 
 
  시선을 다시 오른쪽으로 옮기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앞쪽으로 계단에 앉아 있는 깡마른 체구의 노인이 있는데, 바로 견유학파의 철학자로 알려진 디오게네스(BC 400~323)이다. 그는 늘상 걸인의 모습을 하고, 세속적 소유를 기피해야 한다고 가르친 금욕주의자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대관식에 참여해달라는 요구도 거절을 했으며, 시대의 참된 의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암흑의 세계라 해서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녔던 철학자이다.
  이 화면의 오른쪽 근경에 허리를 구부려 바닥에 있는 칠판에 컴퍼스를 대고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데, 기원적 3세기 기하학자였던 유클리트이며, 그의 주위에는 그의 명쾌한 설명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유클리트의 모델이 되었던 사람이 당대 유명한 건축가였던 브라만테이다.

 

 


  유클리트 뒤쪽으로 지구의를 든 채 뒷모습을 보이는 인물이 2세기 최고의 천문학자이며 지리학자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한 프롤레마이오스이다. 그 앞쪽으로 흰옷을 입고 천구의를 든 인물이 페르시아의 예언자 조로아스터이며, 이들의 사이에서 모자를 쓰고 우리를 빤히 바라보는 사람이 라파엘로 자신인데, 마치 이 이성과 철학의 전당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 같지 않은가?

 

 

 

 


  이와 같이 이 작품은 동시대를 산 것은 아니지만, 고대 그리스 시대 때 학자로서 높은 명성을 남기고 오늘날까지 그 영향력이 식을 줄 모르는 기하학자, 철학자, 현인들의 모습을 한 공간에 담아 표현함으로써 르네상스 정신의 뿌리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구도를 보면 르네상스 정신의 산물인 원근법적 구도와 더불어 사람들이 구성하는 암시적 수평선이 계단의 수평선과 맞물리고 있고, 이 선이 가장 아래에 있는 모자이크의 수평선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수평적 구도의 기하학적 선이 기둥의 수직선과 맞물리면서 완벽한 기하학적 구도의 안정된 구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 원근법과 수평과 수직이라는 기하학적 조화가 바로 이성의 산물이다.
  또한 이 작품은 아테네 학당의 현인들을 통해 인간적인 학문, 즉 철학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배우는 학문의 전당으로서 이들 현인에게서 배우고 깨우침으로써 정신적인 희열을 느끼는 여러 사람을 묘사하고 있다. 바로 이런 인물들을 통해 라파엘로는 르네상스가 추구했던 인문학적 사고를 드러내는 한편, 고대 그리스 사상에 대한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의 존경심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그 형식이나 구도, 그리고 그 내용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 예술의 이념과 그 정신적 뿌리를 동시에 표현한 미술사의 걸작임을 부정할 수 없다. 

 

참고: cafe.daum.net/leejonghacafe1
 

출처 : 삶과 교육 그리고 예술
글쓴이 : 데미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