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거리기...^^

김 병현!!!

또하심 2012. 6. 21. 11:24

2001년 올스타 경기 초대를 받은 직후 김병현의 한마디였다.

그 해 올스타 경기는 브루워스의 홈구장인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열렸다. 참고로 코리언 메이저리거들에게 밀워키는 최악의 원정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식당을 찾을 수 없는 유일한 메이저리그 도시이기 때문이다. 올스타 기간 동안 김치를 먹을 수 없다는 게 매우 짜증스럽다는 그의 빈정거리는 한마디에서 묘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 예정일 3일 전, 밀워키 피스터 호텔은 최고의 MLB 스타들로 북적거렸다. 이치로는 호텔 로비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고, 엘리베이터에서는 마이크 피아자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인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걸어 나오고 있었고, 랜디 존슨은 신문을 사고 있었다. 스포츠 전문 방송국인 ESPN과 CNN은 아예 위성트럭을 호텔주차장에 배치 시켜놓고 있었다. 그 때 호텔로비에 나타난 김병현은 더는 편할 수 없을 것 같은 캐주얼 차림에 "올스타가 뭐 별거냐"는 듯한 무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명예의 전당에 헌납된 대선배들, 그리고 우리 세대 최고의 스타들 앞에서 그는 기가 죽기는커녕 만화가게에 짜장면을 시켜 먹으러 온 겁 없는 초등학생처럼 당당했다.

야구선수 김병현의 트레이드 마크는 단연 자신감이다.

주위엔 김병현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칭"야구 전문가"들이 꽤 많다.

"인성이 부족하다", "욕심이 많다", "고집이 너무 세다"…… "야구계의 악동이다"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엔 다 비슷한 말들이다.

하지만 그가 만약 소심하고 고집이 없었다면 덩치 큰 메이저리거들을 삼진으로 잡을 수 있었을까? 아마 마운드에 서기는커녕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마운드에서 자신이 최고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원동력이 바로 그 착각이 아닐까?

이젠 한국프로야구가 그의 무대가 되었다. 과연 그가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BK가 없었다면 2001년 우리는 우승할 수 없었다."고 전 아리조나 단장 조 가라지올라이 말했던 것처럼 그를 직접 스카우트했던 이장석 구단주가 비슷한 말을 하게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2012년 6월 20일 잠실에서 두산을 상대로 특급 잠수함 이란 별명의 김병현이 첫승을 올리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