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거리기...^^

[스크랩] 일본전 관전평. <실패로 끝난 왕의 귀환. 아쉽지만 잘했다>

또하심 2011. 1. 26. 20:02

 

 

 

 

  

  왕의 귀환. 왕이 되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론 실패했다. 4년 전 일본과 만났던 아시안컵 3,4 위전에서 우리가 웃었다면 오늘은 우리가 울어야 했다.

  하지만 잘했다. 비록 승부차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시작부터 쉬운 경기가 아니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번 아시안컵을 지켜보며 지난 아시안 게임에 이어 우승이란 참으로 어렵다는 걸 또 한 번 느낀다.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줬지만 그 가능성과 희망의 마침표를 찍지 못해,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지 못해 아쉽다.

 

 

 

 

 

                                            가와시마

 

             우치다            이와마사             곤노            나가토모

 

                                             지동원

 

                    박지성                 구자철                 이청용

 

                                    엔도               하세베

 

                                    이용래              기성용

 

                   오카자키                 혼다                  가가와

                  

                                             마에다

 

             이영표            조용형                황재원            차두리

 

                                             정성룡

 

 

 

골 : 기성용(전23)   마에다(전36)   호소가이(연전7)   황재원(연후15)

교체 : 지동원↔홍정호(후20)   이청용↔손흥민(후36)   조용형↔김신욱(연전12)

         가가와↔호소가이(후42)   마에다↔이노하(연전15)   하세베↔혼다(연후12)

 

 

 

 

 

 

1. 30분 더 뛰고, 하루 덜 쉬고. 체력적인 문제, 결국 발목을 잡다.

 

  휴대폰 배터리가 없다. 텅 빈 배터리 칸이 깜빡이고 액정은 어두워졌으며 카메라는 작동이 안 되고 멀티 메일도 읽을 수 없단다. 하루를 덜 쉬었고 경기는 30분 더 했고. 체력적인 문제가 걱정이었는데 역시나 발목을 잡았다. 배터리가 부족하니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던, 그런 경기였다. 바로 직전의 이란전과 비교했을 때, 기동력이 가장 심하게 떨어진 곳은 이용래-기성용 라인이었다. 3일 전 연장 승부에서 이용래는 14.69km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이 뛰었고 기성용은 근육 경련으로 교체 아웃됐다. 잘 회복해 오늘에도 이란전만큼 해주길 바랐지만 쉽지 않았다.

 

 

 

 

 

   일본. 잘했다. 혼다? 인정한다. 특유의 패스 플레이. 박수 보낼만 했다. 하지만 우리도 분.명.히. 오늘보다 잘할 수 있었다. 첫 골 실점 장면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넣어준 혼다의 패스가 좋긴했지만 우리가 손도 못 쓰면서 구경만 해야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비형 미드필드 진영에서 압박으로 패스의 시발점을 봉쇄하고 측면 풀백 차두리가 두 번째 저지선 역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센터백이 커버 플레이를 해야했다. 평소 같으면 충분히 가능했던 수비 동작이었지만 오늘은 골을 내줘야 했다. 이런 장면이 경기 내내 계속 반복됐고 위험 장면으로 이어지는 빈도가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떨어진 체력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 마치 피파 온라인에서 컨디션 드링크를 빨지 않고 경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기동력이 떨어지다보니 자연스레 허리 진영에서 일본의 압박과 패스 플레이가 많이 나왔고 대한민국은 롱패스 위주의 공격 패턴을 구사해야 했다. 마침 일본의 이와마사-곤노 센터백 라인이 공중볼에 약해 찬스를 몇 차례 잡긴 했지만 깔끔한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게 아쉽다. 또, 셋피스에서의 득점이 조금만 더 빨리 나왔더라면 훨씬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2. 조광래 감독의 용병술은 어떠했나.

 

  조광래 감독은 후반 20분, 36분, 그리고 연장 전반 12분, 세 차례에 걸쳐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체력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선발 스쿼드 중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원톱 지동원이었다. 지동원을 빼고 홍정호를 투입하면서 4-1-4-1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원톱 자리에는 구자철이, 그리고 그 밑을 박지성-이용래-기성용-이청용이 일렬로 받쳤고 기존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으로 줄여 홍정호가 그 자리에 위치했다. 4-2-3-1보다 운동장 가로면을 넓게 커버하면서 상대의 측면을 봉쇄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기존의 이용래-기성용의 기동력이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교체였다.

 

  그리고 16분 뒤, 이청용을 빼고 손흥민을 투입시켰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 가장 아쉬웠던 점이 이청용의 부진이다. 불과 7개월 전 월드컵 무대에서 두 골을 터뜨렸고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으로 큰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치만큼은 해주지 못했다. 그나마 오늘 경기에서는 그의 존재 가치를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오긴 했지만 위협적이지 못했고 인상을 남기지도 못했다. 손흥민은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보였고 황재원의 동점골 과정에서 슛팅을 하는 등 앞으로가 기대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연장 전반 12분, 조용형을 빼고 김신욱을 넣으면서 기존의 홍정호가 센터백의 임무를 맡게 됐다. 김신욱은 동점골 과정에서 타겟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서 공을 세웠다.

 

 

 

 

지동원이 잘해주긴 했지만 확실한 써브 자원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이번 대회, 다 좋았는데 확실한 해결사의 부재가 아쉬웠다. 지동원을 선발로 내세운 후 공격 옵션에 변화를 수 있는 카드로는 손흥민, 유병수, 김신욱, 굳이 하나 더 추가하자면 염기훈 정도였다. 손흥민은 아직 어려서 리그에서의 경험조차 부족했고, 유병수는 K리그 득점왕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김신욱은 대회 직전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부여 받은 45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무리 훈련 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지라도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과 김신욱을 투입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고 그 모험은 어느 정도의 성공은 이끌었지만 100% 만족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확실히 해결지어 줄, 대형 스트라이커의 부재에 울어야 했다. 박주영을 욕하는 팬들이 많다. 포지션이 스트라이커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분들께 하나만 묻자. 감독이라는 자리가 걸려있다. 이 경기를 지면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결정적인 상황에서 한 명의 공격수를 선택해야 한다고 할 때, 박주영 대신 과감하게 손흥민, 유병수, 김신욱을 투입시킬 수 있는 때가 얼마나 될까. 이 부분에 대해 쉽게 오케이 할 수 있는 팬은 얼마 안 될 것이다.

 

 

 

 

 

3. 황재원, 지옥과 천국을 오가다.

 

  황재원, 너란 남자 정말. 비록 비극으로 끝난 드라마였지만 그가 보여준 반전은 웬만한 반전 영화 뺨쳤다.

 

 

 

굳이 안해도 되는 파울이었다.

 

  먼저 지옥이었다. 이 장면에 대해서는 비판 받아야 할 게 많다. 주심 판정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목에 핏대 세워가며 항의해 봤자 번복되기 힘들고 과하게 대들다가는 노란색, 빨간색 카드나 수집할 수 있다. 석연찮은 판정이었지만 이는 경기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 외의 장면에서 실점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먼저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 전, 그가 범한 파울 장면이다. 분명히 뒤에서 이영표가 커버 플레이를 들어왔고 볼은 빠져서 정성룡이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안해도 되는 반칙으로 PK를 내줬다. 그리고 휘슬이 울린 후, 혼다의 PK가 막히고 난 다음 장면에서 집중력의 문제를 보였다. 정성룡이 아무리 국대에서 PK 방향도 못 맞힌 채 실점을 허용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어야 했다. 페널티 박스 밖에서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보여준 집중력은 실망스러웠다.

 

 

 

 

  곽태휘에 이어 또 한 번 뭇매를 맞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아마 인터넷 상에서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는 비판 댓글이 그의 정신력을 급상승시킨 모양이다. 마지막 기회였을 셋피스 상황에서 손흥민이 슛팅을 하고 나온 볼을 구석으로 갖다 꽂은 그는 우리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제공했다. 비록 그 희망이 얼마 못 갔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참 행복했다. 또, 본인 자신에게는 비판 여론을 어느 정도는 빗겨갈 수 있는 까임 방지권으로도 작용했다.

 

  마지막에 승부차기까지 키커로 나서서 실패했더라면 굉장할 뻔 했는데 그것까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120분동안 그가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4. 승부차기, 진한 아쉬움을 남기다.

 

  사실 조금 이해 안가는 것이 키커의 선택이었다. 팀 내 자세한 상황까지 알 수 없어서 비판하기 위한 근거는 부족하지만 그냥 결과를 두고 봤을 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을 듯 하다. 승부차기에서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한 채 0-3으로 패했는데 대한민국이 내세운 3명의 키커가 경험 면에서 너무나도 부족했다는 주장에 이견을 달기는 힘들다. 구자철(14경기), 이용래(5경기), 홍정호(4경기). 이 세 명의 선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게 한 건 아닐까 싶다.

 

 

 

 3명의 키커 모두 실패.

사실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승부차기하면 딱 떠오르는 2002년 월드컵 스페인전을 돌이켜보자. 당시 한국나이 22살 박지성이 키커로 나섰고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카시야스의 손을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당시엔 황선홍이 첫 번째 키커로 나섰고 홍명보가 마지막 키커로 나선 점에서 오늘 경기와 달랐다. 구자철이 이번 대회 맹활약을 펼쳤고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터뜨린 에이스라고 해도, 또 U20, 아시안게임 등 많은 대회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해도, 51년만에 우승을 노리는 결승 문턱에서 맞이한 승부차기가 주는 중압감은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다. 첫 번째 키커가 실축하고 나니 두 번째, 세 번째 키커들에게 가해졌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구자철이 꼭 차야했다면 2,3,4번 쯤에 내세웠던 건 어땠을까 하는, 떠나간 버스 바라보며 아쉬움을 토로해본다. 

 

  그렇다고 골키퍼를 욕할 것도 아니다. 그동안 이운재가 PK에서 정말 강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상대적으로 정성룡이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오늘 정성룡은 혼다의 PK를 막았고 승부차기에서 4개 중 3개는 방향을 맞추지 않았나. 승부차기는 키커가 유리하니까......라며 위안해본다. 3개 싹 다 못 넣은 키커 잘못도 있는 건데 정성룡만 욕할 수 있나.

 

 

 

 

 

  김이 쫙 빠진다. 3,4위전이 남아있다고는 해도 목표했던 곳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실망스럽다. 그래도 조광래 감독이 이끈 대표팀, 이번 대회에서 기존과는 다른 내용의 축구를 보여주지 않았나. 물론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이후 잘해야 본전인 대표팀을 맡아서 어느 정도는 한 것 같다. 마지막 3,4위전 준비 잘해서 2007년과 마찬가지로 3위를 차지해 다음 아시안컵 예선 치르는 데에 시간 낭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Osen

 

캡틴 박지성.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그의 마지막 도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아쉽지만...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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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리그 토론방
글쓴이 : 으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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