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길 수채화 사물 앞에서 無心해질 수 있는 빈 마음(虛心)이란, 대상의 본질을 투시할 수 있는 맑고 밝은 視力을 갖춘 정신임과 동시에, 삶과 대자연 그리고 우주와 교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허심으로 그려진 그림에는 치유의 기능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바, 그 이유는 우리의 마음을 자연스런 상태로 이끌어주는 무위(無爲)의 세계가 작품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무위가 지닌 힘이란, 여러 가지 목적의식에 사로잡혀있는 일상생활에서 초래된 잡념을 잠시나마 제거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과 내가 한 몸이며, 자연의 양수(羊水) 속에서 유영(遊泳)하는 듯한 나를 새삼 실감하기도 한다. 또한 삼라만상의 고유한 기운들이 교류되고 있다는 사실을 터득함으로써 삶에서의 단절감이 극복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느낌을 주는 그림에서는 우리의 근원적인 고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으며, 애잔한 그리움도 함께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자연의 순수함을 수채 물감으로 화폭에 담아 온 한없이 맑고 포근한 정봉길 화가의 작품 속에서 현대인들이 잊고 지냈던 순수한 감성을 되살리게 된다. # 生氣 - 초록 초록이 주는 기분은 참으로 신비롭고 나를 샘솟게 한다. 이것이 아마도 초여름의 아침이 주는 생기일 것이다. 보는 사람도 동감하기를 믿는다. 보색에 대비되는 초록은 격렬하다 못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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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늦가을을 살아 본 사람만이 느끼는 그 숭고한 맛을 텅 빈 가을 들녘의 충만된 색에서 느낀다. 갈색 톤으로 가는 사색의 시간은 차분한 여유에 한가로움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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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國 겨울 산촌의 아침을 가보았는지 먼저 물어본다. 밤새 꽁꽁 얼어붙은 산과 들은 그 사이로 햇살이 퍼지면서 따뜻한 기운에 하나, 둘.. 기운 차리며 겨울의 진수는 시작되고 그늘진 산의 색과 반사된 눈의 대비는 따뜻함을 넘어서 심오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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